오늘 하루를 충실히 아니 손이 베일듯이 완벽한 하루를 보내도록

왜 일하는가 :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이나모리 가즈오 저/ 김윤경 역)

왜 일하는가 : 네이버 도서

 

뭔가 스스로 진지하게는 처음으로 물어보는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일하는가." 글쎄요, "그냥..."이라는 답이 떠오릅니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는 하지만요. 돈도 벌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1인분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이젠 가장이라 일을 해야 하는 강제적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학부 전공을 살려 개발자가 되었고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무언가 목적이 대단히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었더니 여기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은 포인트가 너무 많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읽어서 그랬을까요. 계속해서 내가 일하고 있는 방식과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 따라야 했다.

제 첫 직장도, 저의 직업도 바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차마 멈출 수는 없어서 발생한 결과였습니다.
문과생이었던 제가 어쩌다보니 전문대 공대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도 전공을 살리지 않고 영상 제작 쪽으로 가려던 제가 갑자기 개발자가 되었던 것도. 그렇다고 그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괴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최고의 결과물은 아니었을지라도 언제나 배움이 많았던 순간들이었고 지금은 저의 직업도 이 현실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제 일에 대한 먼 미래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와 같은 내용들로요. 사실 그 목표들을 가지고 나아가는 하루하루가 참 어렵긴 합니다.
정말 개발자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별로 노력하지 않는것 같은데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현실에 떠밀려 이곳까지 온 제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많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자신에게는 성실히 일하는 것 밖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낙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우직한 근성을 소중히 여기고 기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벌써 햇수로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하면서 참 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흘려보낸 시간이라고 느낀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늦은 시간 텅 빈 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던 시간들, 야근에 찌든 채 보낸 시간들,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 회사와 헬스장만 오가던 시간들, 또 언젠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조금씩 발전하려고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 있기는 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제 짧디 짧은 백수기간에 엄마가 해주었던 채찍질이 생각이 났습니다.
"네가 하는 그 고민들은 바쁘게 살다 보면 하지도 않을 고민이야." "더 열심히 해" 이 책의 작가도 엄마와 같은 말을 던집니다. 완벽주의를 넘어서 손이 베일 듯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라고요.

저도 제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상상 속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현실화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고 그것이 참 재미있다고 느끼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높은 기준을 가지고 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 직업적 목표의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비관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넉넉지 않아서 이 코드들은 구조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 더러운 레거시들을 나 혼자는 관리할 수 없기에,, 기타 등등 사실 핑계라면 핑계인 이러한 말들을 저는 꽤나 많이 말하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실제로도 일을 하다 보면 아 도저히, 이건 건드릴 수가 없겠다 싶은 일거리 들도 참 많이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더 좋은 코드로 더 좋은 구조로 더 명확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처음 개발자랍시고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때는요. 하지만 어느 순간 어떤 시점부터 서서히 완벽보다는 편하게 내가 보이는 만큼만 수정하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는 저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 정도면 괜찮아." 하고 안주하는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는 없었는지.

이 책은 더 이상 타협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더 노력할 수 있었고 더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고 더욱더 몰두하고 더욱 더 예민하게 대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임하라고 말합니다.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가진 이 에너지들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이요.

더 완벽하고, 더 선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닌 그것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노력하는 삶. 어떤 것이 성공하는 삶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분명 과거의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을 원하고 있었고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저를 마주하게 되니 또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용기가 생기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마 지금 제가 바라고 있는 모습도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겠죠.